처음 이사 왔을 땐 정말 깨끗했던 화장실이 몇 개월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변해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타일 사이에 어두운 줄이 생기고, 그게 점점 넓어지고, 결국은 구석 실리콘 틈에서 검은 곰팡이가 올라오더라고요. 청소를 안 한 것도 아니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하다가, 그때부터 곰팡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락스로 닦아내는 걸로는 안 되는 이유가 명확히 있었더라고요.
1) 곰팡이는 청소를 안 해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곰팡이는 세균과는 다르게, 곰팡이 포자(spores) 라는 씨앗 같은 게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니다가, 적절한 조건이 맞으면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자라기 시작합니다. 그 조건은 간단해요.첫째는 습기,둘째는 온도,셋째는 영양분,넷째는 환기입니다. 화장실은 이 4가지를 거의 완벽하게 갖춘 공간이에요. 샤워하고 나면 습기가 가득하고, 따뜻한 물로 온도가 올라가고, 비누 찌꺼기나 각질, 때 같은 유기물이 남고, 문과 창을 닫아두면 통풍이 끊기죠. 곰팡이에겐 완벽한 환경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 주기보다 환기 습관과 물기 제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2) 실리콘 틈에 곰팡이가 생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특히 곰팡이가 가장 잘 자리 잡는 곳이 욕조나 변기 주변의 실리콘 마감 부위예요. 타일 사이보다 더 쉽게 번지고, 더 안 지워지죠. 그 이유는 실리콘 자체가 흡수성이 있고, 유분이나 세제 찌꺼기를 머금기 쉽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실리콘은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작은 틈이 생기는데, 이곳에 포자가 자리를 잡으면 뿌리까지 박혀버립니다.
저도 락스를 분사해서 뿌리면 겉은 하얗게 변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올라오는 걸 반복했거든요. 그건 겉만 표백되고, 내부는 살아남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저는 곰팡이 전용 젤 타입 제거제로 며칠 붙여두고, 오히려 다음부턴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막는 습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3) 바로 닦는 습관 보다 더 중요한 건 건조 시간이더라고요.
샤워 후 물기를 닦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습도가 사라지는 건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샤워를 마치고 나면 화장실 문을 닫지 않고, 창문과 문을 동시에 20~30분 열어놓습니다. 그 시간만 잘 확보해줘도, 벽면이나 천장에 맺혔던 수증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온도도 내려가서 곰팡이 번식 조건이 깨지거든요. 특히 욕실에 창문이 없는 집이라면, 배기팬을 샤워 후 30분 이상 돌리는 습관만으로도 곰팡이 발생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타이머 콘센트를 하나 달아서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해두고 있어요. 생활에 부담도 없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4) 중성세제가 아니라 알칼리 세정제를 써야 하는 이유
곰팡이는 표면에만 있는 게 아니라 표면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구조예요. 그래서 단순히 락스 뿌리기나, 중성 세제로 닦는 걸로는 완전히 제거가 어렵습니다. 특히 비누 찌꺼기나 물때가 남은 상태에서 닦으면, 그 유기물이 다시 곰팡이의 영양분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저는 요즘 청소할 때 알칼리성 세정제(곰팡이 제거용)를 주기적으로 사용합니다. 락스처럼 독하진 않지만, 단백질 기반 오염물과 곰팡이 분해에 효과적이더라고요. 그 후에는 꼭 마른 수건으로 닦고, 마무리로 알코올 스프레이를 뿌려 남은 세균과 습기를 동시에 제거합니다. 단순히 세제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곰팡이 번식 주기가 훨씬 느려졌다는 걸 느껴요.
5) 화장실 청결은 청소보다 습관이 유지해줍니다.
이제는 화장실 청소보다 더 중요한 게 샤워 후 30분간의 환기, 실리콘 마감 주기적 점검, 그리고 건조 환경을 만들어주는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냄새나거나 까매지면 청소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아예 곰팡이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 자체를 바꿔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죠. 곰팡이는 물리적으로 닦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조건을 없애줘야 사라지는 존재였어요. 이미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끊어주는 습관이 있다면, 곰팡이는 점점 다시 생기지 않게 될것이고 여러분의 공간도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실수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