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에어컨이나 보일러는 작동하면 체감이 바로 되는데, 공기청정기는 잘 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보니 관리가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저도 예전엔 미세먼지 많은 날에만 공기청정기를 틀었고, 필터는 거의 1년에 한 번 교체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필터를 꺼내봤더니 생각보다 심각하게 더럽고, 그걸 켜놓은 채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이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공기청정기를 가전제품이 아닌 건강장치처럼 생각하게 됐고, 필터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공기청정기의 핵심은 바람이 아니라 필터입니다.
공기청정기는 팬이 공기를 빨아들여 내부 필터를 통과시키고, 먼지와 유해입자를 걸러낸 뒤 다시 바람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이 걸러주는 역할의 90% 이상이 필터에서 일어나죠. 특히 미세먼지(PM2.5), 곰팡이 포자, 꽃가루, 세균 같은 입자들은 HEPA 필터나 탈취 필터가 얼마나 제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 정화 성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 필터는 일단 오염되기 시작하면, 공기를 걸러내는 기능은 줄어들고 오히려 냄새의 원인, 세균 번식지, 전력 소모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공기청정기를 켜놓고도 먼지가 많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필터 교체 주기가 완전히 지나 있었던 거였죠.
2) 필터 교체 주기보다 중요한 건 사용 환경입니다.
제품 설명서엔 HEPA 필터는 6개월~1년에 한 번, 프리필터는 2주~1달에 한 번 세척하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이건 평균적인 이야기고 실제로는 집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이 있는 집, 도로변이나 공장 근처,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실내에서는 훨씬 더 많은 먼지와 털, 입자들이 유입되기 때문에 2~3개월 만에 HEPA 필터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반려견이 있는 집이라 한 달에 한 번씩은 프리필터를 물청소하고, HEPA 필터는 자세히 살펴보며 먼지층이 누적됐을 때 교체하고 있습니다. 필터를 제때 관리하면 미세먼지 수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바람이 더 깨끗하게 느껴져요.
3) 정기적인 필터 청소만으로도 전력 소모가 줄어듭니다.
공기청정기 안의 팬은 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다시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필터가 오염되어 막히면 팬이 더 세게 돌아야 하고, 전기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이건 마치 막힌 진공청소기 필터로 바닥을 계속 밀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특히 프리필터는 대부분 먼지나 털, 머리카락 등 굵은 입자를 걸러주는 1차 필터인데, 이 부분만 자주 청소해줘도 HEPA 필터 수명이 길어지고 전력 소모도 감소합니다. 저도 이 사실을 모르고 몇 달 동안 그냥 썼다가, 어느 날 청소 후 확실히 소음도 줄고 바람도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 경험했어요.
4) 필터 청소는 물청소 추천합니다.
프리필터는 보통 스테인리스 메시로 되어 있어 물청소가 가능합니다. 흐르는 물에 먼지를 씻어내고, 완전히 말린 뒤 다시 끼우면 됩니다. 젖은 상태로 다시 장착하면 내부 습기가 쌓여 곰팡이 번식 위험이 있으니 꼭 말려주는 게 중요해요.
반면 HEPA 필터는 대부분 물세척이 금지되어 있어, 청소기로 표면 먼지를 흡입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무리하게 털거나 물에 적시면 필터의 미세 섬유 구조가 망가져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항균코팅 필터나 탈취 필터 등 여러 겹의 구조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교체 가능한 부위와 세척 가능한 부위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5) 청정기를 켜기 전, 필터 상태부터 점검하는 습관
요즘은 미세먼지 수치가 나쁘면 자동으로 강풍으로 돌아가는데, 필터가 막혀 있는 상태에서 센서만 믿고 틀어버리면 공기 순환은 안 되고, 전기만 낭비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기청정기를 켜기 전에 프리필터 먼지 상태를 눈으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아주 간단한 동작이지만, 청정 효과도 좋아지고 필터 수명도 늘고, 전기요금도 줄어드는 습관입니다. 청정기는 결국 바람을 다시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순환 장치인데, 그 중심에 있는 필터가 오염된 상태라면 청정은커녕 오염 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니까요.